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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2 06:17 조회 59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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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신기하네. 어떻게 이런 우연이 다 있냐?



원찬은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취침시간인 10시를 넘은 시각에 둘은 컨테이너 옆 운동하는 곳에 서서 대화를 나눴다. 이곳은 불빛도 없고 행정반 뒤쪽으로 위치한 곳이라 당직사관의 눈에 거의 띠지 않아, 선임병들 위주로 취침 시간 이후에 담배를 피거나 라면을 먹는 곳으로 주로 이용되는 곳이었다.



-그러게.. 나도 아까 깜짝 놀랐어.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서...



민성은 손을 위로 쭉 뻗어 스트레칭을 하며 원찬 쪽을 바라보았다. 원찬은 운동기구 위에 다리를 꼬고 앉아 한손은 담배를 잡고 다른 한손은 주머니 안에 넣고 말을 이어나갔다.



-야 여기 자유시... 개인정비시간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거 잘 지켜주냐? 이왕 군대 온이상 운동도 하고 자격증도 몇 개 딸 생각인데..

-운전병이면 차 괜찮은거 배정 받으면 시간은 아마 다른 애들보다는 많을 거야. 그런데 일이등병은 그런생각 안하는게 좋을거다. 진짜 바쁘고 외울것도 많고 눈치도 보일거야.

-그래? 아 그지같네.. 여기 진짜 시설 개 구리다. 나 처음에 이 컨테이너 보고 창고인줄 알았다. 사람 사는 곳인줄 정말 꿈에도 몰랐어 ㅋㅋ 근데 아까 보니까 너 핸드폰 쓰는 거 같던데.. 그거 1호차라서 그런거야?

-응 연대장님이 쓰라고 지시하셔서 쓰고 있어.

-다음 1호차 누구냐? 나 부사수로 써라 ㅋㅋㅋ

-연대장님 다음주에 바뀐다. 그때 운전병도 바뀌는데.. 아마 조일신이, 알지 니 맞선임, 일신이가 1호차 달거 같은데?

-아, 그 쪼매난 새끼? 그 새끼 말하는 것도 완전 애같고 학교도 구린데 다니는데 그냥 나 1호차 주면 안되나..

-야 ㅋㅋㅋ 일신이 되게 말도 상냥하게 잘 하고 일도 야무지게 잘 해. 니가 몇 달 만 일찍 왔어도 기회는 있는건데

-넌 1학년 마치고 바로 온거지? 나도 2학년 마치도 바로 오려고 했는데 운전병 신청할 때 마다 족족 떨어져서 반년이나 미뤄졌다. 시발 시간 아까워. 난 언제 집에 가냐. 캬악 퉤~



원찬은 담배 끝을 손가락으로 툭툭 털어 불을 껐다. 꽁초를 쓰레기통에 던졌다. 꽁초는 쓰레기통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옆으로 툭 떨어졌다.



-ㅋㅋㅋ 이제 온 놈이 무슨 집에 갈 생각을 하냐.. 넌 이제 좆됐다 ㅋㅋ



원찬의 미간이 잠시 찌뿌려졌다.



-야, 씨발? 놀리냐? 군대 좀 일찍 왔다고 졸라 자랑하네 씨발새끼가....



원찬은 다시한번 코로 가래를 모아 침을 툭 뱉었다. 두손을 모두 주머니에 꽂아넣고는 아래서 위로, 서 있는 민성을 쳐다보았다. 민성은 원찬의 행동이 불쾌했지만 너무 당황스러워 가만히 서 있었다.







4년전



수준별 이동수업이 끝나고 민성은 자기 교실로 돌아가 앉았다. 다음 수업시간이 지리 였기 때문에 지리책을 꺼내려고 책상 밑 책장에 손을 넣었다. 축축하고 끈적한 무언가가 손에 느껴졌다. 민성이 꺼내보니 누가 한약팩 파우치를 먹고 쓰레기를 책상아래에 두었다. 약간 남은 한약이 흘러서 민성의 책 모서리 부분을 적셔놓았다. 이동수업때 자리를 이동하지 않은 친구에게 이 자리에 누가 앉았는지 물어보니 연도혁이 앉았다고 했다. 7반 연도혁. 덩치는 산만하고 성격은 포악해서 친구들을 괴롭히거나 금품갈취도 서슴치 않는 대표적인 불량학생이었다. 같은 중학교 출신들이 전하는 말로는 뒤를 봐주는 건달들이 있다고도 했다. 민성은 괜히 따졌다가 본전도 못찾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조용히 파우치를 쓰레기통에다가 버렸다. 작년에도 볼펜을 빌려줬다가 도로 받지 못했다. 볼펜을 달라고 했다가 욕만 진탕 얻어먹고 끝났기 때문이다. 볼펜 생각을 하니깐 짜증이 솟구쳤다. 필기를 하려고 사둔 약간 비싼 볼펜이었기 때문이다. 민성은 쓰레기통에서 돌아서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연도혁 개새끼..



지리수업이 끝나고 민성은 화장실로 가 오줌을 누었다. 일을 마치고 지퍼를 올린 다음 돌아서려는 찰나 누군가와 어깨가 부딪혔다. 연도혁이었다.



-야 이 씨발새끼야, 너 내가 한약 먹고 버렸다고 나 욕했냐? 씨발새끼야? 니가 봤어? 증거 있어? 왜 사람을 의심하고 지랄이야?

-아니.. 그게 아니고.. 친구들이 니가 그 자리에 앉았다고 하길래...



민성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응답했다.



-좆만아, 씨발 내 덩치를 봐라, 한약먹게 생겼다.



도혁의 말에 옆에 있던 패거리들이 킥킥 웃었다. 도혁은 민성의 가슴을 툭툭 치며 벽 쪽으로 몰고갔다.



-개년아 앞으로 사람 의심하고 욕하지 마라. 착하게 살아 씨발년아, 어?

-알았어.. 미안해. 다시는 안그럴게.



도혁은 솥뚜껑만한 손으로 민성의 왼쪽 관자놀이 부근을 강하게 후려쳤다. 퍽! 윽.. 민성은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눈물이 핑 돌았지만 눈물을 들키기 싫었기 때문에 그대로 화장실을 나갔다. 민성이 나간 것을 확인하고 도혁과 그 패거리들은 담배를 사이좋게 나누어 물었다.



-니가 요새 재수없다던 꼴통이 저 새끼지?

도혁이 차례로 불을 붙여주며 말했다.



-어. 아주 요새 그냥 있는 것만 봐도 꼴뵈기 싫어. 사람 꼬라보는게 벌레새끼 같아

원찬이 연기를 내뿜으며 대답했다.



-그럼 아까 도혁이 니가 때리지 말고 밟아서 터쳐 죽였어야 되는데 ㅋㅋㅋㅋ

학부모회장 아들인 이재욱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 뭐 나중에 하든지 말든지 하고.. 이따가 학교 끝나고 겜방갈래? 학교 뒤쪽에 괜찮은데 생겼던데. 원찬이 너 또 학원간다고 지랄하지 말아라.

-조까. 너 그 한약도 공부열심히 하라고 먹는거라며?



도혁이 원찬의 말에 껄껄거리며 웃었다.

-공부는 무슨 ㅋㅋ 인문계도 간신히 왔구만. 우리 꼰대가 머리 좋아지라고 한첩 해준 모양인데 머리는 그대로고 자지만 맨날 더 꼴린다. 요새 같아선 진짜 아무년이나 붙잡고 쑤시고 싶다니까. ㅋㅋ



도혁이 골반을 앞뒤로 흔들며 섹스하는 모션을 취했다. 딩동댕~ 수업시간 종이 울렸다. 셋은 서둘러 담배를 비벼끄고는 꽁초를 변기통에 버리고 각자 교실로 들어갔다.





민성이 아까 머리를 맞아서인지 관자놀이 부근이 욱신욱신 거렸다. 생각만 해도 분한일이다. 지가 아무리 덩치가 크고 포악해도 진짜 죽기살기로 덤비면 모를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문제는 패거리이다. 초등학교나 중학교때도 양아치들은 항상 혼자가 무서운 것이 아니었다. 패거리가 문제였다. 가해자들은 똘똘 뭉치는데 피해자들은 똘똘 뭉치지 못한다. 그걸 아는 가해자들은 더욱 잔혹해진다. 민성은 그 셋을 두드려 패는 상상을 가끔씩 하곤 했다. 언젠가 한번은 진짜 격투기든 다른 운동이든 해서 한번 제대로 조져놓고 싶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마지막 수업이 끝났다. 저녁 급식을 먹을 시간인데 수업이 끝나고 바로 가면 줄을 길게 서야 하기 때문에 잠시 엠피를 들으면서 책을 보고 있었다. 그때 옆반 윤진이가 민성의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민성아, 바빠? 나 이 문제좀 알려줄래?



오윤진. 쌍커플 없는 큰 눈망울에 뽀얀 피부를 가졌다. 민성과는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고 중학교때는 다른 학교로 진학했지만 고등학교 1학년때 다시 만났다. 윤진은 예전과는 몰라보게 많이 예뻐졌고 성숙했다. 아파트도 같은 단지 안에 살고 부모님끼리도 같은 교회를 다니며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로는 민성도 윤진을 따라 교회에 가끔 나가곤 했다.



-응 이 문제는 ..... ..... 이렇게 푸는거야. 이건 난이도가 어느정도 있는 문제네. 혼자 다시 한번 풀어보고 안되면 그때 다시와.

-민성아 고마워. 야자시간에 혼자 한번 해볼게. 밥 맛있게 먹어. 이따 야자 끝나고 집에 같이 가자.

-응. 너도 밥 맛있게 먹어... 아 그런데 윤진아, 다음주에 모의고사 보잖아.

-응 그런데?

-모의고사 끝나고 같이 영화보러 안갈래? 나 영화 티켓 두장 생겼거든



민성은 있지도 않은 티켓 얘기를 꺼냈다.



-무슨 영화?



민성은 거기까지는 생각지 못해서 우물거리다가 대답했다.



-아, 쿠폰 형식이라 영화는 가서 아무거나 정할수 있어. 윤진이 너 보고 싶은거 보자

-그래? 그럼 내가 요새 뭐 하는지 보고 나중에 알려줄게.



윤진은 문제집을 들고 교실 문으로 나갔다. 그때 원찬과 스치듯이 지나쳤다. 원찬은 윤진이 나가는 모습을 보고 민성이 뒤로 와 어깨를 툭쳤다.



-야, 니 깔따구 갈수록 탱탱해진다. 좋겠네 ㅋㅋ

-여자친구 아니야. 그냥 친구야.



민성의 말에 원찬이 화색이 돌았다.



-구라까지마. 맨날 붙어다니면서. 집에도 같이 가잖아.

-집이 같은 방향이라 같이 가는거야.

-그래? 그럼 내가 윤진이 꼬셔서 따먹어도 되지?

-그러든가 말든가.



민성은 화가 났지만 꾹 참으며 조용히 일어나 급식실로 향했다.



-꼴통새끼. 쯧쯧



흘리듯 작게 말한 원찬의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그대로 칼이 되어 민성의 귀에 꽂혔다.











-거기 누구십니까?



불침번이 컨테이너를 돌다가 민성과 원찬을 발견했다.



-진웅아 나야

-최민성 상병님. 안주무시고 뭐하십니까?

-잠이 안온다. 신병이랑 얘기좀 하려고. 적당히 하고 들어갈테니깐 신경쓰지 말고 하던 일 있으면 마저 해.

-예 그럼 수고하십시오.



민성은 원찬을 데리고 들어간 다음 조용히 매트리스 위에 누웠다. 원찬은 자대에서의 첫날밤이 낯설은지 계속 뒤척이고 있었다. 민성은 조용히 천장을 바라보았다. 스치듯 윤진이 생각도 났다. 연락이 끊긴지 오래다. 요새 같은 시대에 찾으려고만 한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지만 민성은 그러지 않았다. 적어도 이전 같은 자신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다시 만난다면 더 강해지고 남자다워진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한지연 하사에게 카톡을 보냈다.



<누나 뭐해요?>

답문이 없어, 생각에 잠기다 스르륵 잠이 올 무렵 한지연 하사에게 답문이 왔다.

<너 정말... 병장되면 말 놓으라니깐.. ㅋㅋ 나 잘려고 누웠지>

<저도 잘려고 누웠는데.. 인연인가 보다 ㅋㅋ>

<이 시간에는 다 잘려고 눕는 시간이거든?? 인연 다 얼어죽었나보다>

<그런가? ㅋㅋ 쿨토시는 껴봤어요?>

<응 팔 까매질뻔 했는데 잘 됐다. 이제 진짜 민간인 모드로 가야지>

<저도요 누나. 저 화장품을 바꿨어요>

<내일 연대장님 신고하러 사단가지?>

<네. 이제 연대장님도 마지막이네요. >

<1호 운전병 그만하면 이제 진짜 할거 없겠네?>

<네 ㅋㅋ 실업자 되는거죠. 부대 내에서 누나랑 놀면 되죠>

<미쳤네.. 누가 너랑 놀아준대?>



민성은 한지연 하사와의 문자질을 12시가 다 되어서야 끝내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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